
내일배움카드 발급과 국비지원 자부담금 비율의 차이
회사 일을 잠깐 쉬게 되면서 뭐라도 배워둘까 싶어 국민내일배움카드를 덜컥 신청했다. 요즘은 신청하고 며칠 안 지나니까 바로 카드가 나와서 편하긴 하더라. 그런데 막상 HRD-Net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바리스타 과정을 검색해 보니 복잡한 부분이 꽤 많았다. 나는 당연히 전액 무료일 줄 알았는데, 내 고용 형태나 소득 분위에 따라 자부담금이 다르게 측정되어 있었다. 대충 계산해 보니 내가 신청하려던 부산바리스타국비지원 과정의 전체 수강료가 45만 원 정도였고, 그중 내가 직접 결제해야 하는 금액이 13만 원 선이었다. 전액 지원을 기대했던 터라 처음에는 이 13만 원도 조금 아깝게 느껴졌다. 일반 사설 학원에 등록하려면 최소 60만 원 이상은 줘야 한다길래 그나마 이게 저렴하겠거니 싶어서 결국 결제 버튼을 눌렀다. 행신여성회관이나 다른 지역 공공기관에서 하는 강좌도 알아봤지만 시간대가 맞지 않아 결국 집에서 그나마 가까운 곳으로 결정했다.
부산 서면의 직업훈련기관 선택과 첫 날의 낯선 분위기
내가 등록한 곳은 부산 서면역 8번 출구 근처에 있는 한 요리 전문학원이었다. 첫날 강의실에 들어섰을 때의 그 공기는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20대 대학생부터 은퇴를 준비하시는 듯한 50대 어르신들까지 연령대가 정말 다양했다. 국비지원요리학원이라 그런지 수업 분위기가 엄청 엄숙할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그냥 동네 문화센터 같은 느낌도 났다. 강사님은 친절하긴 했지만 매뉴얼대로 흘러가는 수업 방식이 조금 낯설었다. 실습실에는 오래되어 보이는 에스프레소 머신이 세 대 놓여 있었는데, 수강생은 총 15명이었다. 한 머신에 5명씩 조를 짜서 번갈아 가며 만져야 했는데, 이게 내 차례가 오기까지 기다리는 시간이 은근히 지루했다. 사설 학원처럼 1대1로 기계를 독점해서 쓰는 구조가 아니다 보니, 남들이 에스프레소 내리는 걸 한참 동안 멍하니 구경하는 법을 먼저 배워야 했다.
매일 반복되는 출석 체크 카드 태깅과 지각 기준의 애매함
이 수업에서 가장 귀찮았던 건 기술을 배우는 것보다 출결을 관리하는 일이었다. 국비 지원 과정은 출석률이 80% 미만으로 떨어지면 지원금이 끊기고 자부담금을 다 날리게 된다. 그래서 수업 시작 10분 전까지 반드시 강의실 앞 단말기에 내일배움카드를 태그하거나 QR 코드를 찍어야 했다. 지하철이 조금이라도 연착되는 날에는 서면역 출구부터 학원 건물 4층까지 땀이 나도록 뛰어야 했다. 10분만 늦어도 지각 처리가 되고, 이게 세 번 누적되면 결석 1회로 간주되는 시스템이었다. 매일 아침 카드 단말기 앞에서 줄을 서서 삑삑 소리를 내며 출석을 인증하는 과정 자체가 묘한 압박감으로 다가왔다. 나중에는 수업 내용보다 오늘 출석 카드가 잘 찍혔는지가 더 신경 쓰일 지경이었다.
에스프레소 추출 실습 과정에서 마주한 기계 조작의 한계
수업은 기본적으로 바리스타 2급 자격증을 따는 로드맵으로 진행되었다. 원두를 그라인더로 갈아서 포터필터에 담고 탬핑을 한 뒤 머신에 끼워 에스프레소를 뽑아내는 과정이었다. 책으로 볼 때는 참 쉬워 보였는데, 손목 힘 조절이 마음대로 되지 않아 탬핑을 할 때마다 수평이 안 맞아서 커피가 한쪽으로 쏠려 나오곤 했다. 강사님은 원두 입자의 굵기와 기온 변화에 따라 추출 시간이 달라진다고 하셨지만, 학원 기계가 낡아서인지 아무리 세팅을 똑같이 해도 매번 추출되는 양과 크레마의 두께가 제멋대로였다. 어떤 날에는 에스프레소 탄 맛이 너무 강하게 났고, 어떤 날에는 그냥 밍밍한 갈색 물이 나왔다. 스팀밀크를 만드는 시간도 곤역이었다. 노즐을 스팀 피처에 담그고 공기를 주입해야 하는데, 찢어지는 듯한 굉음이 실습실을 채울 때마다 나도 모르게 움찔하게 되었다. 우유 거품은 부드러운 벨벳 느낌이 아니라 늘 개거품처럼 둥둥 떠서 강사님께 지적을 받기 일쑤였다.
국내 바리스타 2급 자격증 시험을 치르고 남은 애매한 실력
총 60시간 동안 하루 3시간씩 진행되던 수업의 마지막 주에는 자체 검정장으로 지정된 학원 강의실에서 시험을 봤다. 평소에 연습하던 익숙한 기계로 시험을 쳐서 그런지 필기와 실기는 다행히 한 번에 통과해 바리스타 2급 자격증을 품에 쥐게 되었다. 하지만 자격증을 받고 나서도 마음이 마냥 개운하지는 않았다. 학원에서 배운 것은 오직 시험 규격에 맞춘 동작의 반복이었기 때문이다. 실제 카페에서 손님이 밀려올 때 주문을 빠르게 쳐내는 요령이나, 기계가 고장 났을 때 대처하는 법, 혹은 카페컨설팅 관련 실무 지식은 거의 배우지 못했다. SCA바리스타 자격증 같은 국제 자격증을 딸 걸 그랬나 하는 후회도 잠깐 들었다. 비용을 조금 더 들여서라도 전문적인 스페셜티 커피 과정을 배우는 사설 학원으로 갔다면 실무 감각을 더 키울 수 있었을까 싶기도 하다. 결국 자격증은 서랍 속에 넣어두었고, 집에서 캡슐 커피를 내려 마실 때마다 가끔 학원에서 나던 눅눅한 커피 찌꺼기 냄새가 떠오를 뿐이다.
실습하면서 머신 굉음 때문에 진짜 깜짝 놀라긴 했어요. 캡슐 커피 마시면서 냄새 맡고 생각해보니, 이론만 배우는 것 같아서 아쉬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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