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락 한 통에 덜컥 계약했던 날
처음에는 단순히 우리 가게 인지도를 좀 올려볼까 싶어서 시작했다. 다들 그렇게 시작하지 않나. 네이버 플레이스 순위니 뭐니 하면서 전화가 하루에 서너 통씩 오는데, 그중에서 제일 목소리 좋고 설명이 깔끔했던 곳이랑 덜컥 계약을 해버렸다. 이름은 거창하게 무슨무슨 기획이었는데, 지금 생각하면 그때 왜 그렇게 성급했나 싶다. 한 달에 150만 원 정도면 적당한 비용인 줄 알았다. 다른 동네 카페 보니까 200만 원도 쓴다길래, 그거보다는 저렴하니까 괜찮겠지 하는 안일한 마음이 컸던 것 같다. 계약서 도장 찍을 때까지만 해도 우리 가게가 금방 상위 노출될 줄 알았다.
매주 올라오던 비슷한 내용의 글들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기대했던 ‘브랜딩 컨설팅’과는 거리가 멀었다. 매주 올라오는 블로그 포스팅이나 SNS 게시물을 보면 한숨만 나왔다. 사진은 어디서 가져왔는지 모를 애매한 것들이고, 글 내용은 딱 봐도 챗GPT가 쓴 것처럼 영혼이 없었다. 수정 요청을 해도 ‘이게 요즘 먹히는 로직이다’라는 답변만 돌아왔다. 성과형 디스플레이 광고라고 해서 큰 기대를 걸었는데, 정작 유입된 손님들이 결제로 이어지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매달 150만 원이 나가는 건데, 그 돈이면 차라리 당근마켓 광고를 더 돌리거나 가게 인테리어를 조금 손보는 게 낫지 않았을까 하는 후회가 밀려왔다.
결국 사람을 갈아 넣는 구조인가
한번은 업체 담당자랑 통화가 길어졌는데, 알고 보니 이 친구들도 자기들끼리 외주를 또 돌리고 있었다. 디자인은 프리랜서한테 맡기고, 글은 대학생 알바가 쓰고, 전체적인 광고 운영은 또 다른 하청 업체가 관리하는 식이었다. 그러니까 내가 낸 돈은 거치고 거치면서 쪼그라들고, 정작 내 가게를 위한 고민은 아무도 안 하고 있었던 거다. 이건 뭐 마케팅을 하는 게 아니라 외주의 외주를 굴리는 다단계도 아니고, 보고 있으면 화병이 날 것 같았다. 다른 요양원 사례를 들었는데 거기도 마케팅비는 매달 300씩 나가는데 정작 광고 예산은 다 삭감돼서 정상적인 영업이 안 된다는 소리를 들으니 남 일 같지가 않았다.
서포터즈 모집까지 하겠다던 말의 최후
나중에는 서포터즈 모집 사이트 같은 곳에 글을 올려서 체험단을 부르겠다고 하더라. 한 사람당 3만 원꼴로 비용을 더 내면 입소문이 난다는 말에 또 혹했다. 그런데 막상 온 사람들은 그냥 밥 먹고 사진 대충 찍어서 올리는 게 전부였다. 가게 이미지에 도움이 되기는커녕, 포스팅에 오타가 가득해서 내가 직접 가서 지워달라고 댓글을 달아야 했다. 이게 과연 마케팅인가, 아니면 그냥 내 돈 쓰고 내가 뒷수습하는 고난의 연속인가 싶었다. 차라리 그 돈으로 가게 오는 단골들한테 서비스 음료나 하나 더 주는 게 훨씬 나았을 텐데.
지금은 그냥 손을 놓아버린 상태
결국 계약 기간 3개월 채우고 바로 해지했다. 업체 쪽에서는 위약금 이야기를 슬쩍 꺼내던데, 결과물이 계약 당시 보여준 포트폴리오랑 너무 달라서 따지고 들었더니 조용히 넘어가더라. 요즘은 그냥 직접 인스타그램에 사진 한 장 올리고 마는 게 마음이 편하다. 전문가들이 분석해서 광고해 준다던 그 화려한 말들은 다 어디로 갔나 싶다. 돈은 돈대로 나가고, 스트레스는 스트레스대로 받고, 남은 건 ‘다시는 외부 업체 안 쓴다’는 씁쓸한 교훈뿐이다. 물론 장사가 안되면 다시 마음이 흔들릴지도 모르겠지만, 지금은 일단 이 평화가 소중하다.
정말 공감되네요. 저도 비슷한 경험 때문에 이제는 거의 혼자 모든 걸 처리하고 있어요. 전문가는 좋은데, 결국 손해 보는 건 자기들뿐인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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