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쩌다 서류 가방을 들게 되었나
며칠 전 문득 책상 서랍을 열었다가 몇 년 전 사업을 시작할 때 준비했던 사업계획서 초안이랑 온갖 서류 뭉치를 발견했다. 그때는 정말 잘 될 줄 알았지. 2천만 원 정도면 어떻게든 버틸 수 있을 거라 생각했고, 부족하면 신용보증재단에서 도움을 받으면 그만이라고 너무 쉽게 생각했던 것 같다. 지금 생각하면 참 무모했다. 창업 초기에는 그저 가게만 열면 손님이 들어오고, 매출이 발생하면 대출 원금은 금방 갚을 수 있을 거라는 근거 없는 자신감이 있었다. 대전 쪽 지점을 방문했을 때 대기 시간만 두 시간이었는데, 그때 나 말고도 상담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그렇게 많았다는 사실이 오히려 나를 안심시켰던 기억이 난다. 다들 이렇게 사는구나 싶어서.
2금융권 금리와의 싸움
가게를 운영하면서 결국 부족한 자금을 메우기 위해 2금융권까지 손을 댔을 때는 정말 눈앞이 깜깜했다. 처음에는 이자만 조금 내면 되겠지 했는데, 이게 누적되니까 매달 나가는 고정 지출이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불어났다. 상호저축은행 대출을 받고 나서는 매달 25일만 되면 휴대전화로 알림이 울리는 게 공포스러울 정도였다. 그때는 사업자 대환대출을 알아본다고 소진공 홈페이지를 얼마나 들락거렸는지 모른다. 결국 폐업을 고민하던 시기에는 밤에 잠도 제대로 못 잤다. 주변에서는 다들 비슷하다고 말하지만, 막상 내 통장에서 돈이 빠져나가는 속도는 너무나 현실적이고 차가웠다.
패자부활이라는 거창한 단어의 무게
최근 뉴스에서 폐업한 소상공인들을 위한 패자부활 금융지원법 이야기가 나오는 걸 봤다. 재창업을 하거나 취업을 할 때 신용보증기금이나 지역신용보증재단에서 보증을 우선해주고 대출 우대를 해준다는 내용이었는데, 솔직히 기분이 묘했다. 이게 정말 현장에 있는 나 같은 사람들에게 얼마나 실질적인 도움이 될지는 모르겠다. 정책자금이라는 게 막상 신청하려고 하면 요구하는 서류가 왜 그렇게 많은지, 재무제표 떼어다가 정리하다 보면 하루가 다 간다. 과거의 빚을 어떻게든 감당하면서 또 새로운 대출을 고민해야 하는 상황 자체가 사실은 좀 굴레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계룡시의 지원 소식에 흔들렸던 순간
지난번에는 계룡시에서 소상공인 한시 경영안정자금을 지원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업체당 최대 5천만 원까지 보증 지원을 해준다고 해서 솔깃했는데, 결국 내가 요건에 맞는지 따져보다가 지쳐버렸다. 농협은행 계룡시지부에 들러서 이것저것 물어봤는데, 상담해주시는 분도 이게 보증재단 심사를 거쳐야 하는 거라 확답을 주기 어렵다는 식으로 말씀하시더라. 결국 또 수수료 떼고, 심사 기다리고, 서류 보완하고… 그런 과정을 다시 겪을 에너지가 나에게 남아있는지 스스로 묻게 되었다. 지원금이라는 이름이 붙어있어도 결국은 다 갚아야 할 빚이라는 사실은 변함이 없으니까.
여전히 풀리지 않는 숙제들
지금도 나는 가끔 그때 받은 대출의 이자를 갚고 있다. 원금은 줄어들 기미가 안 보이고, 이자만 나가는 날이 반복된다. 누가 옆에서 ‘이제는 정부 지원 정책이 잘 되어 있으니 걱정 마라’고 말해줘도 마음 한구석이 허전한 건 어쩔 수 없다. 정책이 복잡해질수록 현장의 사람들은 오히려 더 뒷전이 되는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도 든다. 어제는 재무제표를 다시 출력해봤다. 잉크가 번진 자리를 보며 내가 왜 이렇게까지 붙잡고 있는지 잠시 생각에 잠겼다. 사실 정답은 없는 것 같다. 그냥 버티는 건지, 아니면 더 깊은 늪으로 들어가는 건지, 나조차도 잘 모르겠다. 그냥 내일 또 출근해서 가게 문을 열어야 한다는 사실만 남았을 뿐이다.
재무제표 정리하느라 정말 시간을 많이 쓰던 기억이 나네요. 특히 재무제표를 다시 만들 때마다 답답한 마음이 더 커졌어요.
답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