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브로커들의 전화 연락과 연구소 설립이라는 낯선 단어
회사를 양수받고 얼마 지나지 않아 매일같이 전화가 걸려왔다. 중소기업정책자금이나 법인대출을 저리로 받으려면 기업부설연구소나 연구개발전담부서가 무조건 있어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처음에는 광고 전화라고 생각해 끊었지만, 주거래 은행에서도 연구소 유무를 물어보길래 마음이 조급해졌다. 기술 개발을 대단하게 하는 회사가 아닌데도 연구소 설립이 가능하다는 말이 미심쩍었지만, 다들 하는 분위기라길래 일단 알아보기 시작했다. 사설 컨설팅 업체에서는 대행비로 300만 원 정도를 요구했는데, 굳이 그 돈을 들여야 하나 싶어 인터넷을 뒤져 직접 해보기로 마음먹었다.
양재동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 사이트에서 혼자 서류를 준비하다가 막힌 순간
기업부설연구소 신고는 양재역 근처에 본회가 있는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KOITA)에서 온라인으로 접수하면 된다고 했다. 사이트에 접속해 회원가입을 하고 작성해야 하는 서류들을 내려받았는데, 첫 단계부터 막막했다. 연구개발 활동개요서라는 서류에 우리 회사가 앞으로 무슨 연구를 할지 상세히 적어야 했다. 대단한 특허 기술이 있는 것도 아닌데, 세부 연구 과제를 있어 보이게 문장으로 다듬는 일 자체가 곤혹스러웠다. 어설프게 적었다가 반려당할 것 같아서 며칠 동안 비슷한 업종의 오픈된 자료들을 찾아서 짜깁기하듯 채워 넣었다. 이 과정에서 벌써 머리가 지끈거렸다.
파티션 높이와 도면 업로드 때문에 보완 요구를 받았던 3주의 시간
가장 까다로웠던 건 공간적 요건이었다. 우리처럼 작은 사무실은 별도의 방을 연구실로 내어주기 어렵다. 그래서 파티션으로 구역을 나누는 ‘분리구역’ 방식으로 신청했는데, 이게 아주 깐깐했다. 파티션 높이가 120cm 이상이어야 하고, 출입구 쪽에 연구소 표찰을 붙인 사진이 명확해야 했다. 급하게 인터넷으로 25만 원짜리 조립식 파티션을 주문해서 설치하고 도면을 그려서 첨부했는데, 일주일 뒤에 보완 요청이 떨어졌다. 도면에 표시된 연구원 좌석의 배치와 실제 제출한 사진의 각도가 맞지 않는다는 이유였다. 결국 사진을 다시 찍고 도면을 수정해서 재신청하고 심사를 기다리는 데만 3주가 넘게 걸렸다. 그동안 대출 한도 조회 일정은 뒤로 계속 밀렸다.
연구소 인정서를 받고 정작 정책자금 대출 심사에서 마주한 현실
우여곡절 끝에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에서 발행한 연구소 인정서를 받아 들었다. 협회에 매년 내야 하는 연회비 약 15만 원도 납부했다. 이제 다 끝났고 정책자금 대출도 수월하게 나올 줄 알았다. 하지만 실제 신용보증기금과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을 통해 대출 한도를 조회해보니, 연구소가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금리가 마법처럼 낮아지거나 한도가 몇억씩 늘어나는 것은 아니었다.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회사의 최근 3개년 매출액과 대표자의 신용점수였다. 연구소는 그저 가점 항목 중 하나일 뿐이었는데, 마치 이것만 있으면 모든 문이 열릴 것처럼 말했던 브로커들의 호들갑에 속았다는 허탈감이 밀려왔다.
매달 나가는 세무 비용과 연구원 유지가 주는 미묘한 부담감
연구소를 설립하고 나니 또 다른 골칫거리가 생겼다. 바로 연구원으로 등록된 직원의 인건비 대장과 연구노트를 작성해야 하는 의무였다. 세무 대리인에게 이 부분을 따로 관리해 달라고 하니 월 기장료 외에 연구소 관리 비용을 소액 추가로 요구했다. 연구원이 갑자기 퇴사라도 하면 새로운 사람을 구해서 등록을 변경해야 하는데, 4대 보험 가입 증명서부터 학위 증명서까지 챙길 서류가 한두 가지가 아니다. 연구 요건을 유지하지 못해 취소되면 그동안 받은 세액공제를 뱉어내야 할 수도 있다는 경고 문구를 보니, 차라리 애초에 이 귀찮은 일을 시작하지 않았으면 어땠을까 하는 후회가 가끔 든다. 지금도 책상 한구석에 꽂혀 있는 연구개발 활동 대장을 볼 때마다 마음이 무겁다.
연구소 운영하면서 직원의 인건비 관리도 신경 써야 한다니, 생각보다 복잡하네요. 특히 퇴사 문제 때문에 또 걱정이 되더라고요.
답글
파티션 높이 때문에 도면 수정하는 거, 정말 골치 아팠겠어요. 저희도 비슷한 경험 때문에 엄청 스트레스 받았던 기억이 나네요.
답글
연구소 설립 과정에서 파티션 높이나 사진 각도 때문에 시간 낭비가 엄청났던 것 같아요. 특히 일주일 만에 보완 요청이 떨어지니까 정말 답답했겠네요.
답글
연구원 인건비 때문에 신경 쓸 게 많아 보이네요. 특히 퇴사 문제도 생각하면 마음이 복잡해지더라구요.
답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