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정책 지원 대상이라며 날아온 메일 한 통에서 시작된 삽질
요즘 직장 옮길 준비를 하면서 정부에서 지원하는 중소기업지원 정책 같은 걸 틈틈이 찾아보고 있었다. 워낙 이런저런 제도가 많다 보니 나한테 맞는 걸 찾는 게 일이었다. 그러다 며칠 전에 고용노동부 관련 안내 메일을 하나 받았는데, 청년 일자리 도약 장려금인지 뭔지 하는 사업에 참여한 중소기업리스트를 따로 모아둔 엑셀 파일 링크가 있었다. 이거다 싶어서 일단 다운로드를 받았다. 안 그래도 요즘 사람인이나 잡코리아 같은 일반 채용정보사이트만 쳐다보고 있으니 다 거기서 거기 같고, 어떤 회사가 내실 있는지 알 길이 없어서 답답하던 참이었다. 정부가 보증하는 기업 리스트라면 그래도 기본적인 재무나 복지는 검증이 끝났겠지 하는 막연한 기대감이 있었다. 하지만 파일을 열자마자 그 기대는 아주 빠르게 깨졌다.
공공데이터 포털에서 받은 엑셀 파일의 불친절함
엑셀을 켰더니 가로로 끝도 없이 늘어난 열과 수천 개에 달하는 행이 나를 반겼다. 회사 이름, 주소, 대표자명 같은 아주 기본적인 정보들만 빽빽하게 적혀 있었는데 정작 구직자 입장에서 가장 중요한 채용 분야나 초봉 같은 정보는 거의 없었다. 제휴사이트 바로가기 링크라고 걸려 있는 것들은 대부분 깨진 링크거나 그냥 정부 메인 페이지로 연결되는 식이었다. 게다가 몇몇 기업은 전화번호가 아예 없거나 대표 번호가 개인 휴대폰 번호로 등록되어 있어서, 과연 이걸 믿고 지원해도 되는지 의문이 들기 시작했다. 정부에서 관리하는 리스트라고 해서 대단한 정보가 숨겨져 있을 거라 착각했던 내 잘못이었다. 그냥 데이터 수집용으로 긁어모은 로데이터에 불과했다. 이걸 하나하나 구글링하면서 필터링하는 데만 이틀 저녁을 꼬박 날려야 했다.
중견기업 순위와 중소기업 리스트 사이의 애매한 경계선
이왕 리스트를 뒤지기 시작한 거, 조금 더 눈을 높여서 중견기업순위도 찾아보고 나름대로 기준을 세우려고 했다. 그런데 이것도 기준이 참 모호했다. 어떤 곳은 매출액은 중견급인데 실제 근무 환경이나 조직 문화는 90년대 중소기업 수준을 못 벗어난 곳이 수두룩했다. 특히 가산디지털단지에 있는 한 IT 기업이 눈에 띄어서 자세히 알아보고 싶었다. 인터넷에 떠도는 정보로는 도저히 감이 안 와서 기업 신용평가 정보를 제공하는 NICE평가정보에서 건당 33,000원 정도 하는 기업 심층 보고서를 유료로 결제해 봤다. 돈을 쓰면 뭔가 대단한 게 나올 줄 알았는데, 보고서에 적힌 건 결국 재무제표 수치와 신용등급 평가 점수뿐이었다. 내가 알고 싶었던 실질적인 퇴사율이나 야근 강도 같은 건 전혀 알 수가 없었다. 3만 원 돈이 아깝다는 생각이 머리를 스쳤지만 이미 결제한 걸 어쩌겠나 싶었다.
잡매칭 제휴사이트를 돌며 마주한 정체불명의 영업 전화들
리스트에 있던 기업들 중 몇 군데는 자체 채용 페이지가 없어서 연계된 제휴사이트를 타고 들어가 이력서를 등록해야 했다. 그 과정에서 개인정보 동의 항목을 대충 체크하고 넘어간 게 화근이었다. 이력서를 등록한 지 이틀쯤 지났을까,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오기 시작했다. 보통 구인 업체면 회사 이름을 밝히며 면접 제안을 할 텐데, 전화 속 목소리는 뜬금없이 재테크나 보험 상품을 권유하는 영업사원이었다. 알고 보니 내 이력서 정보가 제휴사이트를 거치면서 엉뚱한 보험DB업체 같은 곳으로 흘러 들어간 모양이었다. 구직 활동을 하려다 졸지에 스팸 전화 대상자가 되어 버리니 짜증이 확 밀려왔다. 메일함에도 무슨 주식 리딩방이니 자산 관리니 하는 스팸이 쌓이기 시작했다. 이럴 줄 알았으면 그냥 개인정보 활용 동의서를 꼼꼼히 읽어보고 필수 항목만 체크할 걸 그랬다.
마포고용센터 구석에서 느꼈던 묘한 현타와 여전한 고민
결국 인터넷으로만 끙끙 앓다가는 답이 안 나올 것 같아 서류 몇 장을 챙겨서 마포고용복지플러스센터로 직접 찾아갔다. 대기 시간만 한 40분 정도 걸린 끝에 창구 직원을 만날 수 있었다. 직원은 친절하게 이것저것 설명해 주긴 했지만, 그들이 들고 있는 정보도 내가 집에서 보던 엑셀 리스트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직원이 내밀어 준 작성 양식 중에 직원명부나 경력 증빙 서류 양식 같은 것들이 있었는데, 이걸 채우다 보니 내가 지금 제대로 가고 있는 게 맞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집에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폰으로 채용정보사이트를 다시 켜서 무한 스크롤을 내렸다. 정부 지원 프로그램이 다양하다고는 하지만, 정작 구직자가 겪는 정보의 비대칭이나 스팸 노출 같은 현실적인 귀찮음은 아무도 해결해 주지 않는 느낌이었다. 다음번에는 그냥 돈 안 쓰고 기존 채용 플랫폼 공고만 조용히 훑어보는 게 속 편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엑셀 파일 정보 너무 많아서 오히려 혼란스러웠어요. 기업 규모랑 실제 근무 환경이 다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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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심층 보고서를 구매했는데, 퇴사율 같은 궁금증 해결이 안 돼서 좀 답답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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