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

사무실 지붕 위에 태양광 하나 올리려다 서류 더미에 파묻혔다

admin 2026-07-17
사무실 지붕 위에 태양광 하나 올리려다 서류 더미에 파묻혔다

융복합 지원사업이라는 단어의 무게

사무실을 운영하다 보면 가끔 이런저런 공고가 눈에 들어온다. 특히 춘천이나 강원도 쪽에서 기업 혁신이나 융복합 지원사업이라는 제목이 달린 글을 보면 괜히 마음이 솔깃해지는 거다. 다들 아시다시피 요즘 전기세가 장난이 아니지 않나. 그래서 작년부터 우리 회사 지붕에 태양광 패널을 설치해볼까 하는 생각을 정말 진지하게 했다. 검색창에 ‘주차장 태양광’이나 ‘지붕 태양광’을 치면 정부에서 이런저런 보조금을 준다는 이야기가 쏟아진다. 그때까지만 해도 내가 내야 할 돈이 얼마인지, 견적은 얼마나 나올지 정도만 고민하면 되는 줄 알았다. 그런데 막상 담당자를 만나고 서류를 챙기기 시작하니까 이게 단순히 ‘설치한다’는 문제가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이게 무슨 융복합 지원사업이라나 뭐라나. 종류도 정말 많다. BIPV라고 건물 일체형으로 하면 뭐를 더 지원해주고, 일반 경영 안정자금이랑 엮어서 어떻게 하면 금리를 낮출 수 있다는데, 들을 때는 고개가 끄덕여지지만 집에 오면 다 까먹는다.

서류 준비하다가 하루가 다 갔다

지붕 태양광 설치하려고 알아보니 연구전담부서가 등록되어 있어야 가점이 붙는단다. 우리 사무실엔 그런 거 없는데. 급하게 기술 역량 같은 걸 증명하려고 서류를 떼는데, 이건 뭐 기업 하나 차리는 것보다 더 복잡하다. 서류 한두 장 빠진 거 채우러 구청이랑 은행을 몇 번을 왔다 갔다 했는지 모르겠다. 춘천역세권 개발이니 뭐니 하는 거창한 뉴스들이 쏟아지는데, 정작 내 지붕 하나 올리는 데 이렇게 에너지가 많이 들어갈 줄은 몰랐다. 대충 견적이라도 받아보려고 업체를 몇 군데 불렀는데, 다들 하는 말이 ‘사장님, 융복합 지원사업 신청하실 거예요?’라고 먼저 묻는다. 안 하면 바보라는 눈빛이다. 근데 신청하려고 보니 조건이 너무 까다로워서, 차라리 그냥 내 돈 다 주고 설치하는 게 정신 건강에 이로운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수십 번도 더 들었다. 결국 지난달에는 신청 마감 기한을 넘겨버려서 서류를 전부 다 다시 준비해야 할 판이다.

연구전담부서라는 이름의 벽

사실 우리 사무실이 거창한 연구를 하는 곳은 아니다. 그런데 융복합이라는 명목하에 지원을 받으려면 ‘연구전담부서’ 등록이 필수라고 하더라. 이게 단순히 사무실 한쪽에 책상 하나 더 놓는다고 되는 게 아니었다. 관련 서류들을 보니 웬만한 기업 부설 연구소 수준의 형식적인 절차들이 요구된다. 이럴 때마다 드는 생각이, 우리가 진짜 산업을 융복합해서 뭘 하려는 건지 아니면 서류 융합을 하려는 건지 모르겠다는 거다. 현장 분위기도 다들 비슷하다. 옆 사무실 사장님도 얼마 전에 스포츠산업 지원사업인가 뭐 받아보겠다고 달려들었다가, 결국 사람이 부족해서 포기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나만 어려운 게 아니구나 싶으면서도, 한편으로는 이게 정말 도움이 되는 정책인가 싶어서 씁쓸해진다. 다들 춘천에 기업 혁신파크가 들어온다, 뭐 수열에너지 클러스터가 생긴다 홍보하는데, 정작 내 코앞의 지붕 위에 태양광 하나 올리는 것도 이렇게 힘이 드는데 말이다.

비용과 시간 사이의 모호한 경계

결국 견적을 다 받아보니 자부담 비중이 생각보다 높다. 보조금을 받으면 좀 싸질 줄 알았는데, 인허가 비용이랑 컨설팅 비용 같은 걸 따져보면 사실 큰 차이가 없는 경우도 많다. 100만 원, 200만 원 아끼려고 며칠을 소비하는 게 맞나 싶다. 어떤 날은 그냥 다 내려놓고 일반 시공 업체에 전화해서 ‘그냥 설치해주세요’라고 말하고 싶은 충동이 강하게 든다. 그래도 막상 정책 지원금 혜택이 없다고 생각하면 억울하니까 다시 서류를 붙잡게 된다. 이런 반복적인 일상이 계속되다 보니, 어느새 나도 융복합 지원사업이라는 단어에 익숙해져 버렸다. 사실 이게 기술적인 진보를 위한 건지, 아니면 행정적인 실적을 위한 건지 여전히 잘 모르겠다. 그냥 전기가 좀 덜 나왔으면 좋겠다는 생각뿐인데, 생각보다 일이 훨씬 커져 버렸다.

아직도 풀리지 않은 숙제

이번 주말에는 또 다른 공고가 떴나 확인해봐야 한다. 혹시 이번에 새로 나온 특허 지원사업이 내가 하려는 태양광 설치랑 엮일 수 있는지 살펴봐야 해서다. 지긋지긋하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이거라도 안 하면 안 되지’라는 강박이 생겼다. 춘천시에서 이것저것 많이 한다고 현수막은 잔뜩 걸어놨는데, 정작 내가 피부로 느끼는 건 복잡한 공문 서식들뿐이다. 연구전담부서 등록을 위해 준비했던 서류 더미를 책상 옆에 치워두면서 한숨을 한 번 내쉰다. 내일은 또 무슨 서류를 떼러 가야 할까. 융복합이라는 이름이 참 거창하게 들리는데, 그 이면의 일상은 그냥 단순한 서류와의 싸움인 것 같다. 설치가 다 끝나고 나면 속이 후련할 것 같으면서도, 막상 끝나고 나면 또 다른 숙제가 생겨 있을 것만 같다. 그게 요즘 내 사무실 일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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