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류는 왜 항상 처음 보는 것들 투성인지
사업 시작하고 나서 가장 많이 들었던 단어 중 하나가 ‘정책자금’이다. 주변 사장님들 만나면 꼭 한 번씩은 ‘정부지원금 알아봤냐’는 소리를 한다. 대전 쪽에서 작은 사무실 하나 운영하면서 매달 나가는 임대료랑 인건비 계산하다 보면 가끔 아득해질 때가 있다. 그래서 큰맘 먹고 알아보기 시작했다. 처음엔 뭐 대단한 게 있는 줄 알았다. 소상공인 운영자금부터 해서 무슨 경영안정자금까지, 종류만 해도 무슨 외국어 사전만큼이나 많아서 도대체 나한테 맞는 게 뭔지 감조차 안 잡히더라.
어디는 2%대 금리라 그러고, 어디는 최대 10억까지 지원한다고 홍보하는데, 막상 들어가 보면 내 사업자 번호로는 조회조차 안 되는 경우도 허다했다. 무슨 서류를 그렇게 떼오라는 건지, 등기부등본은 기본이고 사업계획서에 재무제표까지. 하루는 날 잡고 서류만 준비하다가 지쳐서 책상에 엎드려 있었던 기억이 난다. 더존 프로그램 쓰는 거 연동하면 좀 편하다길래 그것도 다시 만져보고, 이게 내가 사업을 하는 건지 서류 대행업을 하는 건지 헷갈리는 지경이었다.
컨설팅인지 영업인지 모를 전화들
조금 알아보다 보니까 여기저기서 연락이 온다. 본인들이 정책자금 컨설팅 전문가라면서, 자금 확보 확률을 높여준다는 식으로 말이다. 처음엔 혹했다. 나 같은 초보가 혼자 덤비다가 시간만 날리는 것보다 전문가 도움받는 게 낫지 않나 싶어서. 근데 통화해보니 결국은 선입금이나 수수료 이야기를 꺼내는 곳이 태반이었다. 케이엠파트너스나 뭐 그런 곳들 이름이 검색되길래 기웃거려봤지만, 결국 내 실적이나 재무 상태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컨설팅이 큰 의미가 없다는 걸 나중에야 깨달았다.
수수료 떼고 나면 사실상 정책자금 금리 혜택받는 의미가 사라지는 것 같기도 하고. 누구는 경기도 정책자금 받아서 숨통 트였다는데, 나는 왜 이렇게 문턱이 높은지. 전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자신감 넘치는 목소리들이 오히려 더 불안하게 느껴졌다. 그냥 나 혼자 할 수 있는 것들 위주로 찾아보자 싶어서 다시 원점으로 돌아왔다.
며칠 밤을 새워 만든 사업계획서의 결말
결국 혼자서 씨름하며 대전 지역 소상공인 지원 정책 페이지를 수십 번 새로고침했다. 공고가 떠서 급하게 지원해 보려는데, 제출 마감 시간 5분 남기고 시스템이 버벅거릴 땐 정말 심장이 멎는 줄 알았다. 다행히 접수는 됐는데, 결과는 ‘불합격’이었다. 왜 안 됐는지 알려주지도 않는다. 그냥 ‘지원 요건 미달’ 혹은 ‘배정 예산 소진’이라는 뻔한 답변뿐. 내가 준비한 사업계획서가 너무 구체성이 없었나 싶기도 하고, 아니면 그냥 운이 없었나 싶기도 하다.
수백만 원, 수천만 원 지원받았다는 옆 사무실 사장님은 도대체 어떻게 뚫은 건지 물어보고 싶어도 자존심 상해서 물어보지도 못했다. 며칠 밤을 새우며 써 내려간 내 고생은 그냥 서류 뭉치로 남았다. 나중에는 이게 정말 나한테 필요한 과정인지조차 의문이 들더라. 사업 운영하면서 이런 자금 신청에 쏟는 에너지가 차라리 매출 올리는 고민에 쓰였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들고.
여전히 풀리지 않는 숙제
지금도 가끔 사업자 메일로 정책자금 안내 메일이 날아온다. 예전엔 반가워서 클릭해봤지만, 요즘은 그냥 휴지통으로 바로 보낸다. 물론 언젠가는 다시 필요할 수도 있겠지. 하지만 당분간은 그냥 현금 흐름 내에서 버텨보려고 한다. 이게 맞는 방향인지, 아니면 나중에 더 큰 기회를 놓치는 건지는 아직도 잘 모르겠다.
어떤 사람은 기술력이 있으면 담보 없어도 된다는데, 그 기술력을 입증하는 과정이 너무 복잡하다는 게 문제다. 농협에서 운영하는 금융 코디네이터인가 뭔가 하는 사람들도 있다던데, 그것도 내가 사는 지역이랑 상황이 다르면 그림의 떡이다. 그냥 오늘도 사무실에 앉아서 믹스커피 한 잔 마시며 내일 결제할 건들만 보고 있다. 정책자금이라는 게 정말 누군가에게는 가뭄의 단비겠지만, 나한테는 아직 닿지 않는 무지개 같다. 나중에 진짜 필요해질 때가 오면, 그때는 또 다른 선택을 하게 될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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