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퇴사하고 덜컥 등록한 프로그래밍 국비 과정
회사를 관두고 한동안 정말 아무것도 안 했다. 늦잠을 자고 넷플릭스를 보고 배달 음식을 시켜 먹는 나날들이 이어졌다. 그러다 통장 잔고를 확인하는 순간 갑자기 덜컥 겁이 났다. 뭐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에 뒤져본 게 K디지털트레이닝 같은 국비지원 교육이었다. 사실 예전부터 막연하게 개발자라는 직업이 궁금하긴 했다. 게임 이모저모 뉴스나 보면서 ‘아, 넥슨에서 하는 프로그래밍 대회도 있네’ 하는 정도로만 관심이 있었는데, 막상 상담을 받아보니 6개월 동안 매일 9시부터 6시까지 학원에 박혀 있어야 한다는 사실이 조금은 부담스러웠다. 수원에 있는 몇몇 컴퓨터학원을 돌아봤는데, 다들 하나같이 자바스크립트를 마스터하면 취업은 문제없다는 식으로 말했다. 그 말이 참인지 거짓인지 알 길은 없지만, 일단 내일배움카드를 신청하고 기다리는 동안 내 시간을 어떻게 쓸지 고민이 많았다.
집에서 혼자 해보려다 마주한 벽
학원 시작하기 전까지 한 달 정도 여유가 있어서 나름대로 독학을 해보려고 했다. 유튜브에 올라온 무료 코딩 강의를 보면서 파이썬을 따라 쳐봤는데, 처음에 헬로 월드 찍을 때는 재밌었다. 그런데 조금만 복잡한 문법으로 넘어가니까 갑자기 머리가 멍해지는 기분이었다. 예전에 친구가 ‘코딩 자격증 종류 같은 거 찾아보지 말고 그냥 만들어봐’라고 했던 말이 기억나서 이것저것 구글링도 해봤는데, 정보가 너무 많으니까 오히려 뭘 해야 할지 모르겠더라. 오픈AI의 챗GPT가 이제는 프로그래밍 도구처럼 쓰인다는데, 막상 내가 물어볼 때는 정답을 알려줘도 왜 그렇게 되는지 이해가 안 가니까 답답하기만 했다. 코드를 복사해서 붙여넣고 돌아가는 걸 보는 것과, 내가 직접 코드를 짜서 로직을 만드는 건 완전히 다른 영역이었다.
학원 커리큘럼을 보며 드는 묘한 불안감
상담할 때 받았던 커리큘럼을 다시 꺼내서 보고 있다. 6개월 과정에 수강료는 전액 국비 지원이라 내 돈이 들지는 않지만, 내 6개월이라는 시간은 결코 적은 게 아니다. 이 과정이 끝나면 정말로 게임디자이너나 개발자 포트폴리오를 제대로 완성할 수 있을까? 주변에서는 30대 중반에 비전공자로 시작하는 게 쉽지 않을 거라며 걱정 어린 시선을 보내는데, 솔직히 그 말이 틀린 것 같지도 않다. 그렇다고 다시 예전처럼 사무직으로 돌아가기엔 이미 마음이 떠버린 것 같다. 프로그래밍 능력을 갖추면 학력이나 나이 상관없이 누구나 할 수 있다는 글귀를 보면 힘이 나다가도, 막상 어려운 코드들을 보면 내가 여기랑 안 맞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비용과 현실적인 고민 사이에서
사실 돈 문제도 있다. 훈련수당이 나오긴 하지만, 이게 생활비 전부를 충당하기엔 턱없이 모자라다. 생활비를 보태려면 저녁에 알바라도 해야 하나 싶은데, 수업을 듣고 숙제까지 하면 체력이 남아날지 모르겠다. 차라리 지금이라도 그냥 컴퓨터 언어 자격증이나 몇 개 따두는 게 나을까 싶기도 하고, 아니면 아예 다른 기술을 배우는 게 나을까 싶다. 보석감정사 자격증을 따본 친구가 자기는 이게 더 적성에 맞다면서 말렸을 때는 진짜 흔들렸다. 사람이 자기 적성을 찾는 게 이렇게 힘든 일인가. 그냥 적당히 남들 하는 거 따라가는 게 제일 안전한 길 같으면서도, 막상 그렇게 살기에는 너무 지루할 것 같다는 생각이 내 발목을 잡는다.
시작도 안 했는데 지치는 이 기분
다음 주 월요일이면 개강이다. 아직 마음의 준비가 덜 된 것 같다. 코딩을 제대로 배워서 컴퓨팅 사고력을 키우라는데, 당장 내일 아침에 일찍 일어날 수 있을지부터가 걱정이다. 수업 듣다가 중간에 관두는 사람들도 꽤 많다고 들었다. 나도 그중 한 명이 되면 어쩌지. 이런 고민을 하는 것 자체가 벌써 도망갈 구멍을 찾는 것 같아서 스스로가 좀 한심하게 느껴진다. 일단 등록했으니 가보긴 하겠지만, 6개월 뒤에 내가 어떤 모습으로 앉아있을지 전혀 감이 안 잡힌다. 그냥 꾸준히만 하면 되는 건지, 아니면 타고난 재능이 필요한 건지. 여전히 해답은 없다. 그냥 가보면 알게 되겠지, 혹은 평생 모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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