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

창원 농업박람회에서 본 스마트팜은 솔직히 좀 무서웠다

admin 2026-06-23
창원 농업박람회에서 본 스마트팜은 솔직히 좀 무서웠다

지난주에 창원 농업박람회를 다녀왔다. 원래는 베란다에서 상추나 좀 더 잘 키워보려고 간 거였다. 요즘 날씨가 하도 오락가락해서 집에서 야채 키우기가 예전 같지 않아서 말이다. 화분 몇 개를 더 살까 아니면 수경재배 키트를 하나 들일까 고민하다가, 귀농이나 스마트팜이라는 단어들이 궁금해져서 겸사겸사 들렀던 건데, 생각보다 규모가 커서 놀랐다.

집에서 하는 수경재배는 생각보다 손이 많이 간다

사실 처음에는 에어팜 같은 실내용 스마트팜 기기를 사서 거실 한구석에 둘까 싶었다. 집에서 쌈채소 정도는 직접 길러 먹는 게 로망이니까. 그런데 박람회장에서 직접 기기들을 보고 가격대를 확인해보니 마음이 좀 식었다. 가장 작은 형태의 수경재배기도 30만 원에서 50만 원 사이를 오가는데, 매달 들어가는 영양제나 전기료, 그리고 무엇보다 조명 관리를 매일 해줘야 한다는 설명을 들으니 덜컥 겁이 났다. 그냥 흙에서 키우는 화분은 대충 물만 줘도 알아서 크는데, 이건 무슨 전자제품처럼 매일 상태를 확인해야 한다니. 내가 원한 건 소소한 재미였지, 식물을 기르는 노동이 아니었던 것 같다.

스마트팜의 거대한 설비들을 보며 든 생각

박람회 안쪽으로 들어가니 비닐하우스에 설치하는 본격적인 스마트팜 시스템이 보였다. 이게 요즘 뉴스에 나오는 100억 프로젝트니 뭐니 하는 것들의 실체인가 싶었다. 농가에 설치하는 ICT 융복합 장비들은 거의 공장 수준이다. 제어 패널이 복잡하게 얽혀 있고, 센서가 실시간으로 온습도를 체크해서 냉난방을 돌린다고 했다. 설명해 주시는 분은 생산성이 어쩌고 에너지 비용 절감이 어쩌고 하는데, 내가 보기엔 그냥 거대한 전기 먹는 하마처럼 보였다. 수조 온도를 맞추느라 전기세가 엄청나게 나온다는 기사를 읽은 기억이 나서 괜히 더 그랬나 보다.

귀농 교육에서 들은 이야기와 현실의 간극

한쪽에서는 귀농 교육 상담도 하고 있었다. 요즘 청년들을 위한 스마트팜 임대 지원이 많다고 해서 잠깐 귀를 기울여 봤는데, 결국은 초기 투자비용이 문제였다. 억 단위의 돈을 들여서 비닐하우스를 짓고 시스템을 깔아도, 그걸 다 회수하려면 얼마나 많은 상추를 팔아야 하는 건지 계산이 안 섰다. 물론 나라에서 지원을 해준다고는 하지만, 내 주변에서 스마트팜으로 정말 재미를 봤다는 사람을 본 적이 없어서인지 선뜻 손이 가지 않았다. 그냥 베란다에서 다이소 화분 하나 더 사는 게 내 수준에는 딱 맞는 건가 싶기도 하고.

육모장 시설을 보며 느낀 묘한 피로감

전시된 육모장 시설들도 화려했다. 조명이 번쩍거리고 물이 순환하는 소리가 계속 들리는데, 그 앞에서 식물을 돌보는 사람들의 표정이 그렇게 밝아 보이지는 않았다. 기술이 좋아져서 사람이 할 일이 줄어든다더니, 실제로는 기계를 관리하는 일이 새로운 업무가 된 것 같았다. 물때 닦아내고 센서 값 보정하고, 그러다가 고장 나면 수리비 나오고. 이게 자연이랑 가까워지는 건지 아니면 기계랑 가까워지는 건지 헷갈렸다.

집에 돌아와 다시 화분을 보았다

결국 창원까지 가서 아무것도 사지 않고 돌아왔다. 집에 와서 며칠 전 잎이 조금 시들해진 바질 화분을 보니 마음이 편안해졌다. 스마트팜처럼 완벽하게 환경을 제어할 필요도 없고, 그냥 햇빛 좀 더 들어오는 창가로 옮겨두는 게 전부다. 어쩌면 농업은 좀 불편하고 비효율적이어야 제맛인 것 같기도 하다. 나중에 정말로 귀농을 하게 된다면, 스마트한 장비보다는 그냥 땅을 파고 씨앗을 심는 방식이 더 나에게 맞을 것 같다. 오늘 박람회에서 본 그 수많은 자동화 기기들이 나중에는 다 고철이 될지 아니면 정말로 우리 식탁을 바꿀지, 여전히 잘 모르겠다. 그냥 베란다에 둔 화분이나 더 잘 챙겨야겠다는 생각만 남았다.

댓글4

  • 수경재배 키트 가격이 생각보다 비싸더라구요. 저는 작은 화분에서 토마토도 키워보고 싶었는데, 이렇게 복잡한 시스템은 부담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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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흙손정원 2026.06.23

    잎이 시들해진 바질을 보니, 저희 집에서도 햇빛이 부족한 베란다 흙 화분들을 관리하는 게 쉽지 않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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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물결정상 2026.06.23

    수경재배 키트 가격이 생각보다 많이 나오네요. 제가 전에 시중에 판매하는 흙 화분에서 키웠을 때도 물만 신경 쓰면 되는데, 스마트팜처럼 꼼꼼히 관리해야 하는 게 좀 부담스럽게 느껴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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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초록잎밭 2026.06.23

    수경재배 키트 가격이 생각보다 높아서 그런지, 흙에 심는 것의 편안함이 더 크게 느껴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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