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청 버튼을 누르던 날의 가벼운 마음
솔직히 처음 시작할 때는 거창한 목표가 있었던 건 아니었다. 그냥 주변에서 다들 뭐라도 배우라길래, 국비지원 된다는 이야기가 귀에 들어와서 덜컥 신청했다. 수원역 근처에 있는 컴퓨터학원을 기웃거리다가 정보보안 쪽으로 눈을 돌렸는데, 이게 생각보다 진입장벽이 높더라. 그냥 자리에 앉아서 강의 듣고 코드 좀 짜면 되겠지 싶었는데, 막상 첫날 가서 OT를 듣고 나니 정신이 아찔해졌다. 커리큘럼에 적힌 ‘데이터베이스’와 ‘디지털포렌식’이라는 단어들이 내 현실과는 너무 멀게 느껴졌달까. 6개월 과정이라고 들었는데, 이거 다 따라갈 수 있을지 벌써부터 걱정이 앞선다. 교육비는 전액 지원이라 내 지갑에서 나가는 돈은 없지만, 내 시간과 에너지가 얼마나 들어갈지 계산이 안 서니까 막막함부터 들었다.
이론과 실무 사이의 괴리감
수업 초반에는 파이썬이랑 기본적인 네트워크 개념을 배우는데, 교수님이 하시는 말씀이 외계어처럼 들리는 순간이 매일 찾아온다. 특히 사물인터넷 쪽 보안 문제를 다룰 때는 머릿속이 하얘진다. 강사님은 ‘이건 기본입니다’라고 하시는데, 그 기본이 나에겐 왜 이렇게 어려운지. 학원 위치가 집에서 왕복 두 시간 거리라 오가는 것도 일이다. 퇴근하고 바로 학원으로 달려가면 저녁 7시부터 10시까지인데, 피곤해서 눈꺼풀이 무거운 와중에 터미널 창을 보고 있으면 내가 여기서 뭘 하고 있나 싶다. 집에 와서 복습이라도 하려고 노트북을 펴면 유튜브 알고리즘이 나를 가만두지 않는 게 문제다. 의지력이 문제지, 콘텐츠가 문제겠나 싶으면서도 괜히 환경 탓을 하게 된다.
정보보안기사를 준비한다는 것의 무게
옆자리 앉은 분은 벌써 정보보안기사 자격증까지 노리고 공부를 하더라. 그 열정을 보고 있으면 좀 부끄럽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왜 저렇게까지 할까 싶기도 하다. 사실 지금 배우는 기술들이 당장 내 업무에 어떻게 쓰일지 확신이 안 서는 것도 사실이다. 다들 미래 유망 직종이라니까 하는 거지, 진짜 이 길로 가는 게 맞는 건지 매일 고민한다. 과제라도 내주시면 구글링하느라 밤을 새우기 일쑤다. 어떤 날은 잘 풀려서 기분이 좋다가도, 어떤 날은 오타 하나 못 찾아서 세 시간 동안 끙끙거리다 보면 현타가 진하게 온다. 개발자 포트폴리오를 만들겠다고 시작했는데, 아직 포트폴리오의 ‘포’ 자도 제대로 못 꺼낸 상태다.
사람들과 섞여서 공부하는 피로감
학원 사람들과 가끔 밥을 먹는데, 다들 각자의 사정이 있다. 이직하려고, 혹은 지금 하는 일이 너무 불안정해서 온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공통의 목표가 있으니까 대화는 잘 통하는데, 서로가 서로에게 너무 예민해져 있는 게 느껴질 때가 있다. 팀 프로젝트라도 시작하면 분위기가 묘하게 흘러간다. 누가 더 많이 했네, 누구는 아예 손을 놨네 하면서 눈치 싸움하는 게 회사 다니는 거랑 다를 게 없다. ICT 교육이라는 게 결국 기술을 배우는 곳이지만, 사람 사이의 스트레스가 기술 습득보다 훨씬 클 때가 많다는 걸 왜 미리 몰랐을까 싶다.
여전히 끝나지 않은 물음표
벌써 3개월이 지났다. 남은 기간 동안 뭘 더 할 수 있을지 잘 모르겠다. 데이터베이스 실습을 할 때는 오류 메시지만 수십 번 보고 있는데, 이게 나중에 취업 시장에서 얼마나 먹힐지 확신이 안 선다. 그래도 일단 등록한 거 끝까지 가보긴 해야겠는데, 가끔은 그냥 다 놓고 여행이나 갈까 싶은 마음이 불쑥불쑥 든다. 어제는 학원 문을 나서면서 밤바람을 맞는데, 왜 이러고 있나 싶다가도 다음 주 수업 준비물을 챙기는 내 모습을 보면서 좀 씁쓸했다. 뭐, 배우는 게 밑지는 건 아니겠지 싶으면서도, 이 선택이 내 인생을 얼마나 바꿀지 혹은 별일 아닌 게 될지 여전히 잘 모르겠다. 일단 다음 달에 있는 프로젝트 발표회부터 잘 넘기는 게 우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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